해수부 "해운 공동행위, 다른 산업과 달라…화주에 유익"공정위 "공동행위 허용 경우에도 절차·요건 지켜야"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1.10.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세종=뉴스1) 서미선 기자 = 해운업계 공동행위를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에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담합'이라며 제재 의지를 내비치고, 해양수산부는 해운업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두 부처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공정위는 2003~2018년 한국~동남아 노선에서 국내외 선사 22곳이 운임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수천억원을 부과하겠다는 심사보고서를 지난 5월 해운사들에게 보냈고 현재 전원회의를 앞두고 있다.공정위는 해운법상 공동행위는 허용되지만, 사전신고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적 공동행위에 대해선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해수부는 이에 해운 공동행위는 고객사인 화주들에게 이익이 된다면서 담합 자체가 위법이 아닌 만큼 이런 경우까지 일일이 신고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해운업계는 정치권과 함께 담합을 하더라도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도록 공정위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맞불을 놨다.이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로, 소급적용 조항이 포함돼 있어 법이 통과되면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제재할 수 없게 된다. 공정위는 이처럼 해운법이 개정되면 해운사 불법 운임담합에 법 집행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해운 공동행위의 법적 근거는 1978년부터 마련돼 그동안 공정위의 공정거래법에서 계속 제외됐는데 이는 다른 산업과의 차별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 해운국가들은 다 독점금지법 적용을 예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또 "공정위가 우려하는 것처럼 해운사를 봐주자는 게 아니라 더욱 엄하게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해운사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데엔 업종의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해운법 29조는 화주 협의와 해수부장관 신고를 거칠 경우 조건부 담합을 허용한다.문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맞물려 선박공급 부족으로 화주들이 수출입 물류에 애로를 겪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공정위가 문제삼고 있는 15년 동안 화주들은 항상 우위에 있었으며 선사들이 공동행위로 폭리를 취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황종우 해수부 기획조정실장도 "해운 공동행위는 화주에게 유익하게 돼있다"며 "이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이 국내 매출액 3대 수출입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라고 부연했다.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2021.9.3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그러나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운담합 사건과 관련해 "이는 합법적 공동행위에 대해 심사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조 위원장은 "해운선사들 담합 제재를 하겠다는 건 해운법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공정위 전원회의를 통해 심의를 받아보란 것"이라며 "산업별 특성을 반영해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것이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절차와 요건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이걸 충족하지 못하면 담합을 허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폐해에 대한 안전장치를 없애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그는 과징금에 대해선 "전원회의에서 위원들 합의로 결정되고 피심인들이 담합으로 이익을 얼마나 얻었는지, 과징금을 부과할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본다"며 "과징금 규모는 정해진 게 없다"고 언급했다.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중 해당 사건 관련 전원회의를 열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해운사로부터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가 제출되며 이달 중 전원회의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조 위원장은 "(피심인들에게) 의견서를 최근에 받았고 7000페이지(분량이라) 리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언급했다.조 위원장은 해운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냐는 국감 질의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법안 통과 전 공정위 제재가 결정된다면 해운업체들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